<흑막 남주인공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다> 후기를 한 번 써보려고 합니다.
우선<흑막아엄>은 지금도, 그때도 어렵고 힘든 작품이었어요. 실은 차기작을 결정하기 전에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압박감이 심해서, 상업성의 압박감이라고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전의 작품을 이야기하자면 <꽃에 미치다>는 마이너였고, <오빠들의 여친을 찾습니다>는 시장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쓴 작품이었고, <악녀는 아이들에게 친절해요>는 그야말로 메이저를 흉내낸 마이너로, 도전적인 작품이어서...... 걱정이 정말 많았어요. 저는 작가이지만, '상업' 작가이기 때문에 원하는 것만 쓸 수는 없으니까요. 안 그러면 저는 먹고 살지를 못 하니까요 (꼬르륵 꼬르륵) 쓰고 싶은 것과 독자분들이 보고 싶은 걸 어우러지게 만드는 게 작가잖아요.
<악아친>처럼 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서 '칼릭스'라는 캐릭터가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눈에 띄는 소수 인종(visible minority)이 겪는 상황들을 조금이라도 후반부에 짚고 넘어갈 수 있었죠. 실은 조금 더 자연스럽게, 극 중에 섬세하게 풀어내고 싶었으나, 아직 제가 그만한 역량이 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걸 풀기 위해서 데이지를 외국계 회사에 취업한 한국인으로 설정했습니다 (나름의 계획이 있었습니다!) 클로라이와 헨리의 대화, 축약해야 했지만 여전히 외국에서 눈에 띄는 소수 인종이 겪는 흔한 상황들을 썼습니다. 마이크로어그레션(microaggression) 혹은 소수 인종이 겪는 억압(oppression)으로 조사를 해보시면 그 외에도 찾아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남주가 상처가 있으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여주가 훨씬 사이다, 능동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쓰고 싶었던 여자 캐릭터는 욕망에 타오른 솔직한 사람이었고, 그렇게 '욕망'에 초점을 맞춰서 '데이지'가 태어났어요.
음, 그리고 도중에 그만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리버'라는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그리고 자아 성철과 함께 내가 이걸 계속 써도 되는 건가, 라는 질문을 하며 썼어요. 자책과 불안이 함께 있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계약은 했고, 런칭 날짜는 잡혔고, 나중에는 연재를 하고 있고...... 그래서 처음에 가진 의도대로 완결을 냈으나, 여전히 모르겠는 작품이 되었네요. 조심스레 다가간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오만한 마음으로 이 작품을 쓰지 않았나, 나는 그런 자격이 있나, 이런 생각이 남게 됐어요. 사회적으로 여성 창작가들이 검열을 많이 받고, 창작하면서 하나하나 검열을 받는 건 저도 반기지는 않으나, 그래도 완결이 난지 몇 달이 된 후에도 곱씹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독자분들이 만약에 제 부족함과 미숙함, 무지함을 느끼셨다면 사과를 드리고 싶어요.
다른 이야기를 더하자면 <흑남아엄>은 본래 150화 완결이었고, 그게 늘어나 224화까지 연재했습니다. 클라이맥스 조절을 못 했어요... (항상 이러지)(머리팍팍) 그래도 개인적으로 배운 게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담당자님에게 제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구하고 여쭙고, 배운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담당자님과 합이 맞아가는 게 보여서 그것도 나름 기뻤고, 떡밥의 뉘앙스를 알맞게 조절하고 마무리한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처음에는 비축분이 없다가 나중에 한 20화 넘게 있었는데 그때 퀄리티 조절이 훨씬 쉬워서 다음 작품에도 실시간 연재는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기도 했어요. <악아친>은 실시간 연재 그 자체였는데, 이제 연차가 쌓이니까 혼자서 벽보고 쓰는 게 쉽지는 않아도 예전보다는 익숙해졌거든요. 다행이죠, 다행! 어쨌든 초점을 우리 주인공들에게 맞추면서도 조연/엑스트라의 이야기도 틈틈이 넣어서 독자분들께서 '진 후작가' '옵시디언 후작가'의 이야기를 봤다는 기분으로 소설을 끝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레드릭과 타일러의 과거/성장은 저도 좋아해요! 하녀로 고용된 나탈리가 외전에서는 비서로 나오는 장면도 그렇고요.
여담으로 마지막 문장을 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요. 개인적으로 아끼는 문장이 되었어요.
"언젠간 반드시, 아바렐반 제국을 감탄시킬 어릿광대가 아니어도 괜찮을 평범한 날을 위하여."
흑발은 여전히 아바렐반 제국에서 '이방인'이에요. 그리고 오랫동안 흑발은 이방인이라는 인식을 떨쳐내지 못하겠죠. 이방인이라는 인식이 있는 이상, 작중에 나온 것처럼 데이지와 진 후작가는 성공하기 위해 보통의 단위보다 훨씬 뛰어나야 했어요. 잘하는 것 이상으로 그들을 감탄시켜야 했죠. 언젠가는 그들이 상상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지 않아도, 그저 잘하기만 하면 잘한다고 인정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끝을 맺었습니다. 캐서린이 있으니까, 그래도 그 시기가 아득하지만은 않을 거라고 믿어 봅니다.
<흑남아엄>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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